1. 책 소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것은 페미니즘 사상이 계급적 입장에 따라, 그 시대가 제기하는 여러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되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서의 억압은 불합리한 제도나 법체계의 개혁을 통해 극복하려는 것이며, 마르크스 페미니즘은 성차별의 본질을 자본의 착취와 계급의 불평등에서 구하는 것이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계급적 불평등보다도 성차별을 모든 억압의 근원에 두는 입장이며,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여성억압을 만들어내는 양대 구조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여성억압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 자체를 무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도 있다.
한국사회의 성차별에 대한 비판은 급진적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성차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가부장제적인 남성중심주의 문화에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러한 비판이 극단적인 혐오 발언으로 진행되면서 "미러링"이라는 혐오 전략이 수행된다. 그렇지만 미러링은 혐오 발언의 적극적인 확산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2. 책 내용
푸코는 우리에게 신체와 성은 사회적 구성물이며 권력의 효과로 생산된다는 이론을 제공한다. 즉, 우리 자신은 고정된 신체적 존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적 세력에 의해서 구성된 권력의 역사적 작용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은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보유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푸코는 자연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으로 구성된 섹슈얼리티의 규범과 행동양식을 강조하고, 젠더를 자연적으로 보는 생각에 대해 도전하였던 것이다.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면 여성의 성뿐만 아리라 남성의 성도 본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이 남성이라는 존재를 '남성'이라는 본질만으로 비판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이유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획일화되고 펌하하는 문화를 비판하기 위해서 또 다른 남성의 획일화를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여성과 남성 모두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을 함께 바꿔나가는 과정이 더 필요한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의 권력을 억압적인 것으로 보았지만, 푸코는 권력이 억압적이며 지배나 억압의 유일한 근원으로부터 파행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부인하였다. 모든 권력은 생산적이라고 한다. 푸코에게 있어 권력은 소유되거나, 주어지거나, 강탈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 중에 존재하거나 행사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같은 입장을 지닌 푸코는 가부장제와 같은 사회구조와 권력을 동일시하기를 거부하였다.
푸코에게 게 사회 안에서의 협상이나 투쟁은 근본적으로 권력의 소유에 대한 것이 아니라 권력이 어떻게 배치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따라서 푸코는 여성이 억압받는 집단이라는 페미니스트들의 개념이나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력 행사를 인정하고 있지만, 남성이 여성에 대한 권력을 소유한다는 것에 암시적으로 저항한다.
푸코의 입장에서는 한국 남성이 가부장제라는 권력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권력 자체가 여성을 억압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의 소유를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거나 남성의 권력을 무화시켜 여성의 권력을 상대적으로 크게 만드는 것은 권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아닌 것이다.
푸코는 인간을 자율적이며 스스로 결정하는 인간 주체로 여기는 계몽주의의 개념에 반대하면서, 자아 개념은 담론들에 의해서 역사적으로 창조된 생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주류담론에 대한 저항은 새로운 진리를 만들어 내는 또 다른 '대항 담론' 혹은 '역담론'일 수 있다.
이러한 대항 담론은 지식, 실천, 그리고 과정의 형태로 지배적인 가부장적 담론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 인식론과 실천 속에서 드러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공론 장에서는 어떤 대항 담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혐오발언이 극단화되면서 어떠한 건설적인 논의도 담론 장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여성, 남성을 비하한다고 판단되는 것들. 여성, 남성을 옹호한다고 인정되는 것들은 그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배제의 대상이 되어버리면서 성 평등 담론이 논의될 수 있는 생산적인 공론장이 사라지고 있다.
3. 느낀 점
그 동안의 주류담론이 남성을 중심에 세운 논의였다면, 그 대항담론은 여성이 중심에 선 논의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이 담론 속에서 동등하게 바라보는 것이어야 한다.
여성, 남성의 이분법적인 시선은 주류담론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옳지 않은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담론 안에서 자유롭게 논쟁되는 주체들이 여성과 남성을 서로의 적이 아닌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볼 때 지금의 부정적인 사회문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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